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캐럴린 베르토치 : 생체정렬 화학으로 살아있는 반응을 관찰하다

2022년 노벨 화학상은 클릭 화학(click chemistry)과 생체정렬 화학(bioorthogonal chemistry)을 개척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캐럴린 베르토치는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연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다. 오늘은 그녀의 삶과 연구 배경, 생체정렬 화학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캐럴린 베르토치는 누구인가?

하버드에서 버클리, 그리고 스탠퍼드까지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캐럴린 베르토치는 1966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화학 학사(1988)를, UC 버클리에서 화학 박사(1993)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 UC 버클리 화학과 교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 현재는 스탠퍼드 대학교 화학과 교수이자 Sarafan ChEM-H(화학·공학·의학 융합 연구소) 디렉터,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단순한 한 분야의 연구자가 아니라, 화학·생물학·의학을 가로지르는 “융합형 과학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단백질과 글라이코바이올로지에서 출발한 여정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베르토치 연구의 큰 축은 세포 표면의 당(glycan)입니다.

  • 세포 표면에는 복잡한 당사슬이 붙어 있고,
  • 이 당들이 암, 염증, 감염과 같은 질환에서 크게 변합니다.

그는 이 “당의 언어”를 읽고 조절하기 위해,

  • 세포 표면 당을 표지(tagging)하는 화학 도구,
  •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면역·항암 전략

등을 개발해 왔고, 이러한 연구가 생체정렬 화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로서의 캐럴린 베르토치

클릭 화학과 생체정렬 화학으로 받은 2022년 노벨상

노벨상 위원회는 2022년 노벨 화학상을

  • 캐럴린 베르토치,
  • 모텐 멜달(Morten Meldal),
  • K. 배리 샤플리스(K. Barry Sharpless)

세 명에게 공동 수여하며, “클릭 화학과 생체정렬 화학의 발전”을 공로로 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 클릭 화학은 단순하고 효율적인 결합 반응을 설계하는 개념이고
  • 베르토치는 이를 실제 살아 있는 세포·동물체 안에서 일어나도록 확장해 “생체정렬 화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목록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 안에서 돌아가는 화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연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성 과학자 롤모델로서의 상징성

여전히 화학·공학 분야에서 여성 연구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캐럴린 베르토치는

  • 노벨 화학상 수상
  • 미국화학회 최고 영예인 프리스틀리 메달(2024) 수상

등을 연이어 거머쥐며, 차세대 여성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즉, “기초과학과 의학의 경계에서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는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도 될 수 있다”는 실질적인 롤모델이 된 것입니다.


생체정렬 화학이란 무엇인가?

“생명체의 화학 반응을 방해하지 않는 화학”

생체정렬 화학(bioorthogonal chemistry)은 한마디로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지만, 기존 생체 분자들과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인공 화학 반응”입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 살아 있는 세포·동물 안에 특수한 기능기를 도입해 두고,
  • 그 기능기끼리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한 화학 반응을 말합니다.

요구 조건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1. 물 속에서,
  2. 37℃(체온) 근처에서,
  3. 다양한 단백질·지질·당·핵산이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에서,
  4. 세포를 독성 없이 유지한 채,
  5. 오직 “선택한 두 기능기” 사이에서만 반응해야 합니다.

이런 반응을 만들어야,

  • 세포 표면이나 특정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라벨링”해서,
  •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추적·이미징·조절할 수 있습니다.

클릭 화학에서 생체정렬 화학으로

클릭 화학은 샤플리스와 멜달이 대표적으로 정립한 개념으로,

  • 단순하고,
  • 수율이 높고,
  • 부산물이 거의 없는,
  • “딱 맞아 떨어지는” 결합 반응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 아지드(-N3)와 알카인(-C≡C-)을 구리 촉매(Cu) 하에서 고리형 구조로 연결하는 CuAAC(copper-catalyzed azide-alkyne cycloaddition)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 구리 촉매가 살아 있는 세포에 독성을 띠고,
  • 생체 내 조건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캐럴린 베르토치는

  • 구리를 쓰지 않고도 반응이 진행되도록,
  • 고리형 알카인(cyclooctyne) 구조에 “고리 긴장(ring strain)”을 줘서 반응성을 높이고,
  • 세포 안에서도 빠르고 선택적으로 아지드와 반응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 구리 비의존성 클릭 반응,
  • 생체정렬 클릭 반응(strain-promoted azide-alkyne cycloaddition, SPAAC)의 핵심입니다.

살아있는 반응을 보는 기술: 생체정렬 화학의 작동 원리

“당을 속여” 표지하는 전략

베르토치의 대표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세포가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당 전구체를 변형해, 그 위에 생체정렬 기능기를 몰래 실어 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1. 세포가 잘 흡수하는 당(예: 만노사, 갈락토사)을 약간 변형
  2. 아지드(-N3) 같은 비천연 기능기를 달아서 세포에 투여
  3. 세포는 이것을 원래 당인 줄 알고 대사 과정에 사용
  4. 결과적으로 세포 표면 당사슬에 아지드가 달린 상태가 됨
  5. 여기에 생체정렬 알카인(사이클로옥타인)과 형광 또는 약물을 붙여 반응시키면,
    • 살아 있는 세포 표면을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하거나
    • 특정 약물을 세포에 “클릭” 방식으로 전달 가능

이 과정 전체가 세포를 죽이지 않고, 생리적 조건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생체정렬 화학의 강점입니다.

다른 생체정렬 반응들

초기 SPAAC 이후로,

  • 티트라졸과 알렌,
  • 테트라진-트랜스 사이클로옥테인(TCO)-디엔 반응 등

여러 가지 생체정렬 반응이 개발되었고,

  • 더 빠른 반응 속도,
  • 더 낮은 농도,
  • 더 낮은 독성

등을 목표로 계속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베르토치가 열어놓은 개념 덕분에, 생체정렬 화학은 이제
“새로운 생물학 실험을 설계할 때 거의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의학·바이오 분야에서의 실제 응용

암 면역치료와 글라이칸 조절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캐럴린 베르토치의 최근 연구는

  • 암세포 표면의 과도한 시알산(sialic acid) 당 구조가
  •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게 만드는 “면역 회피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는 생체정렬 화학을 이용해

  • 암세포 표면 당을 선택적으로 자르거나,
  •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도록 당 구조를 바꾸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를 “암세포 표면을 깎아내는 잔디깎이(lawn mower)를 만든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정밀 제작

항체-약물 접합체(ADC)는

  • 암세포를 인식하는 항체와
  • 강력한 독성을 가진 약물을
    하나의 분자로 결합시킨 치료제입니다.

생체정렬 화학은 ADC를 만들 때

  • 항체의 특정 위치에만 약물을 달 수 있게 하고,
  • 균일한 구조를 가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 약효의 재현성,
  • 부작용 감소,
  • 제조 공정의 표준화

등에서 큰 장점을 주며, 이미 여러 제약사에서 생체정렬·클릭 반응 기반 ADC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이미징·진단·약물 전달까지 확장

생체정렬 화학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도 활용됩니다.

  • 실시간 세포·조직 이미징
    • 뇌, 면역기관 등 접근이 어려운 조직에서도 비침습적으로 표지 가능
  • 질병 바이오마커 검출
    • 특정 단백질이나 당 구조를 선택적으로 라벨링해 진단 민감도 향상
  • 표적 약물 전달
    • 특정 세포 표면에만 약물을 “스냅 커플링” 하듯 결합시키는 전략

즉, 캐럴린 베르토치는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에서도 “기초 개념을 실제 의학·산업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체정렬 화학이 여는 미래: 살아 있는 시스템을 조작하는 시대

합성생물학과의 결합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세포를 일종의 “프로그래머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생체정렬 화학이 더해지면,

  • 유전적으로 회로를 설계한 세포를
  • 화학 반응으로 선택적으로 켜고 끄거나,
  •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하도록 정밀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활성화되는 약물,
  • 염증 부위에서만 신호를 내는 진단 세포

등을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데이터·AI와 결합한 “라이브 화학” 플랫폼

최근 리뷰 논문들을 보면, 생체정렬 반응의 속도·선택성·독성 데이터를 모아

  • AI가 새로운 기능기를 설계하거나,
  • 최적 조건을 예측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가능한 모든 화학 반응을
  •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 가능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고,
  • 개인 맞춤 의료, 정밀 진단, 고기능 바이오 소재 개발에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교육·진로·사회적 관점에서 본 캐럴린 베르토치

융합 교육의 좋은 사례

캐럴린 베르토치는

  • 학부 때는 순수 화학,
  • 대학원 이후에는 글라이코바이올로지,
  • 현재는 의학·면역학·재료과학까지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 “한 전공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 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을 폭넓게 이해하고,
  • 의학·약학·공학과 소통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과학·기술 진로에서 더 중요해진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

베르토치는 개인사적으로도 다양성과 포용성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는 과학계에서 여성, 성소수자 연구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 대학·연구기관의 제도 개선,
  • 후배 멘토링,
  • 공공 강연과 인터뷰

를 통해 포용적인 연구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업적을 넘어,
“과학을 누가, 어떤 환경에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을 제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논문 인용으로 본 과학적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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